remembrance [2024/2025 회고] (8) 뒷심이 없는 코드와 살아가는 법 나는 솔직히 Python이 싫다. 아니, Python은 좋지만 Python 개발자가 싫다. 10년 전 Angular를 앞세워 ES6를 찬양하던 그들처럼, 이제는 AI와 FastAPI를 앞세워 Python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틀딱 Java 개발자라서 하는 소리는 아니다. 나도 Python이 서브 언어고, 내 개인 프로젝트는 거의 7할이 Python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Python 개발자가 싫다. 정확히 말하자면
remembrance [2024/2025 회고] (7) 내가 눈 감는걸 허락해 줘 4~5개월간 집에 얼굴을 비친 날이 손에 꼽았다. 아마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건물 건너편에 사우나가 있단 걸 알게 된 날부터였나. 출퇴근이 4~5시간에 달하는 내 입장에서, 야근에 시달리면서 수면 부족은 정말 치명적인 요소였다. 막차를 타고 새벽 1시에 복귀해 씻고 잠들면 2시. 새벽 5시에는 일어나야 첫차를 타고 7시 조금 넘어 출근할
remembrance [2024/2025 회고] (6)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서 어찌 호랑이 새끼를 잡을 수 있겠는가 不入虎穴 焉得虎子 (불입호혈 언득호자) 프로젝트는 구색은커녕 자리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어설픈 기술 협상과 애매한 기획, 그리고 방치된 회의록. 모든 부분이 약점이었고, 강점은 한 손가락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이게 금융권 AI 프로젝트의 실상이다. 모든 협의가 불확실하고 모든 계획이 틀어지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나는 TA로 투입되자마자 PM과 협의를 진행했다.
remembrance [2024/2025 회고] (5) 돌아온 탕아 먼저 선수를 친 건 연구소장 쪽이었다. 여의도 공원 회동 후, 이틀도 채 되지 않아 메일이 하나 날아들었다. 익숙한 경영지원팀 차장님의 주소, 그리고 계약서 서류와 전자결재 링크. 계약 조건은 정확히 내가 제시한 대로 적혀 있었다. 이 정도면 그냥 납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갑작스러웠다. 메일을 보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더군다나, 계엄 해프닝으로
remembrance [2024/2025 회고] (4) 여의도 공원 잔혹사 나는 여의도 공원이 싫다. 공원 자체는 정말 좋은데,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나를 어렵고 곤란하게 만들었다. 정직원 전환이냐, 프리랜서로 다른 사이트를 찾아볼 것이냐. 고민하던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첫눈이 오기 전, 아직 햇빛이 아스팔트를 데우고 사람들이 바람을 헤치는 점심, 전화가 울렸다. 전 직장의 상사이자 연구소장. 나를 뽑아주고 키우고 부려먹던 영감. 미우나
remembrance [2024/2025 회고] (3) 내 코드를 60만명이 거쳐갔다니... 4개월간 휴식을 취하고, 5월 초 부터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여의도의 한 손해보험사 건물이었는데, 전 회사도 여의도에 있던 터라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첫 프리랜서 커리어, 그리고 첫 이직(?) 후 회사라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특유의 훈련된 커뮤니케이션 덕분에 주변 프리랜서 분들께 많은 조언을 구할 수 있었고,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상당히
remembrance [2024/2025 회고] (2) 내 인생의 첫 휴식 재작년 12월에 오래 다니던 회사로 부터 졸업했다. 졸업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곳은 나의 정신적 성장과 수많은 계기를 만들어준 곳이었다.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주었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곳. 그래서 졸업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생각한다. 만 17살, 고3의 10월부터 그 회사를 다녔다. 남들이 말하는 '졸업 이후의 막막함'은
remembrance [2024/2025 회고] (1) 잃을 것이 많아진 나이, 스물아홉 여름이 끝나갈 무렵, 잡념이 많아졌다. 긴급 소방수로 투입된 프로젝트는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었지만, 아물지 못할 깊은 상흔을 남긴 채 많은 동료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그렇게 늦더위가 어스름히 저물고, 뺨을 스치는 바람이 날카로워지는 계절이 찾아왔다. 사실 이 기술 블로그를 한동안 방치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제 와서 두서없는 글을 쓰려니 스스로도 이상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