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025 회고] (2) 내 인생의 첫 휴식
졸업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곳은 나의 정신적 성장과 수많은 계기를 만들어준 곳이었다.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주었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곳. 그래서 졸업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생각한다.
만 17살, 고3의 10월부터 그 회사를 다녔다. 남들이 말하는 '졸업 이후의 막막함'은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오늘의 일, 내일의 일, 다음 주와 다음 달의 일들이 이미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99개월의 마라톤이 끝나고, 퇴사 후 한 달 정도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정리하면 재미있을 것 같을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후 3개월 정도는 온전히 나를 돌보는 시간으로 보냈다.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명상으로 정신을 회복했다. 그리고 둥지를 옮겼다.
아버지와 동생이 일하는 평택으로 이사를 했는데, 내가 지금까지 번 돈의 99%를 전세금으로 냈다. 허탈하기 그지없었지만, 남들이 '캥거루족'이라고 놀릴 때 역으로 받아치기는 좋았다. 부모님은 부담 없이 사실 수 있었고, 우리 가족은 나름 화목해졌다.
문제는 출퇴근 시간이 하루의 1/5이 되어버렸다는 것. 하지만 퇴근 후 잡무나 회식으로 목줄 잡힐 일도 없으니, 한편으로는 긍정적이었다.
그렇게 프리랜서로 다시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 만 26세에 9년 가까운 경력은 업계에서 조금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서류 통과는 문제없었지만, 면접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건 나이였다. 나의 경력에 맞춰 최소 준 팀장 직책을 주려면, 5살 많은 부하 직원을 두어야 한다는 것. 나도 원치 않았고, 회사도 어려운 선택이었다.
결국 프리랜서가 나에게 적합한 선택지라고 생각했고, 여러 업체에 이력을 돌렸다.
나는 인맥을 넓히며 지내는 타입이 아니었기에, 굳이 지인을 통한 취업을 하지 않으려 했다. 무미건조한 공적인 관계가 오히려 나에게는 큰 고민을 덜어주는 든든한 빗장이 되어주었다.